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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중요한 이유, 교과서도 책이다

by 생보경 2023. 10. 25.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그러나 독서를 어릴 때부터 꾸준히 실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해야 할 공부의 양도 많아지고, 그 수준도 높아져서 독서에 시간과 노력을 쏟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독서가 공부에 끼치는 영향을 안다면 독서에 쏟는 시간이 절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으실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서 능력, 정확히 말해 읽기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위 성적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오늘은 독서가 왜 중요한지, 특히 공부와 성적에 관련해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교과서도 결국 책이다 

최근에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경력 10년 차 수학 학원 강사님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수백 명의 학생을 봐왔다는 그 선생님은 글 뒷부분에 "대부분 수학을 못하는 학생들은 수학이 문제가 아니라 국어가 문제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하셨어요. 저도 같은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국어책, 수학책, 영어책, 사회책... 교과서도 결국 책입니다. 즉, 읽기 능력이 있어야 교과서를 이해할 수 있고, 성적 상승도 가능합니다. 반대로 읽기 능력이 없다면 성적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까지 우등생입니다. 그러나 중학교,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많은 아이들이 성적 하락을 경험합니다. 실제로 학생 10명 중 7명 정도는 성적이 떨어지죠. 나름 성적에 자신 있던 경우라면, 아이와 부모님 모두 충격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빨리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마음에 급하게 학원부터 알아보기도 하죠. '어떤 학원이 좋다더라', '수학은 00가 제일 잘한다더라' 하는 소문에 저절로 귀가 솔깃해지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성적하락의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아이들에게 성적이 나빠진 이유를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교과서가 너무 어렵다'입니다. 이는  내용(지식의 깊이)이 어렵다는 뜻일 수도 있고, 또 하나는 문장이나 맥락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는데요. 만약 내용의 난이도가 올라간 것이 주된 문제라면, 선행학습을 많이 하는 학군에서는 상급학교 진학 후 성적 하락 현상이 적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치동, 목동 등 선행학습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동네에서도 중학교 입학 후 성적 하락 현상은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즉, 아이들이 '교과서가 어렵다'라고 토로하는 것은 읽기 능력, 문해력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교과서도 책입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아이들과 독서를 꾸준히 해 온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같을 리가 없습니다. 그 결과 교과서의 이해 능력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읽기 능력을 키워야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고, 이는 성적과 비례합니다. 

 

 

독서가 공부 효율을 높인다

또 하나 독서가 성적에 도움이 되는 강력한 이유는 공부 효율을 최대치로 높여준다는 점입니다. 상급학교로 진학한 아이들이 '교과서가 어렵다'라는 것과 더불어 성적 하락의 이유로 꼽는 부분이 바로 '공부할 내용이 너무 많다'입니다. 아래 글을 한 번 보시죠. 중학교 2학년 사회교과서의 내용 일부입니다. 


기본권 제한과 그 한계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해서 개인이 자신의 기본권을 무제한으로 행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기본권과 충돌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막으려면 기본권의 제한과 관련된 일정한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 헌법에서는 국가 안전 보장, 질서 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 중학교 2학년 사회교과서 중에서 발췌 

 

위 발췌문에 등장한 '헌법, 기본권' 등의 단어는 중학교 2학년이라면 충분히 개념을 이해하고 있거나, 최소한 문맥을 통해 어떤 개념인지 유추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문해력이 떨어져서 '헌법, 기본권' 등의 뜻을 유추하지 못한다면, 첫 문장조차 어떤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만약 모르는 단어의 개념을 하나씩 찾아보며 공부하려면 한쪽을 공부하는데만 30분은 족히 걸릴 겁니다. 시험범위가 100쪽이라면, 50시간(3000분)이 걸리는 셈이죠. 그런데 만약 학년에 맞는 문해력이 있다면, 한쪽을 읽고 이해하는데 10분 정도면 됩니다. 시험 범위를 공부하는데 16시간(1000분) 정도가 걸리는 셈이고, 공부 시간이 1/2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죠.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영어, 수학이 중요하니 대부분의 공부 시간은 거기에 쏟고, 암기과목은 시험 문제를  족집게처럼 잘 뽑아주는 학원으로 보내는 겁니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으로 보면 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습니다. 이런 학원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교과서의 내용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는데요. 그렇게 '듣고 이해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다 보면 스스로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오히려 퇴화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학습량이 엄청난 고등학교에서는 버텨낼 재간이 없습니다. 그 많은 수업들을 듣기로 이해하려면 읽어서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거든요. 쉬운 예로 초등학생 아이에게 서술형 수학 문제를 설명해 주는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아이가 문제를 읽고 바로 이해했다면 계산만 하고 끝나는 문제를 천천히 읽어보고, 모르는 단어를 설명하고, 그림까지 그려가며 이해시켜야 한다면 당연히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교육이 저학년 때 가장 효과가 크고, 고등학생이 되면 사실상 효과가 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독서로 문해력부터 튼튼하게 키우자 

독서의 다양한 장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에 오늘은 성적과 관련된 이야기 위주로 정리해 봤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독서교육을 시작하고, 기본적인 독서습관을 만들 골드타임(gold time)입니다. 물론 어릴때부터 꾸준하게 올바른 독서 방법을 익히고, 실천해 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라도 상관없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누구나 아직 초보 독서가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좋은 독서 습관을 들여 훌륭한 독서가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제발 아직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에게 '산만하다, 공부에 관심이 없다, 책을 싫어한다' 등의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지 말아 주세요. 독서지도사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가정에서 아이와 실천할 수 있는 독서법들이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그 내용들도 차차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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